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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마당을 나온 암탉 - 줄거리 황선미 동화책

by 독자 또는 관객 2023. 9. 11.

마당을 나온 암탉 │줄거리│독후감│황선미 작가

자유를 찾아 마당을 뛰쳐나온 작은 암탉 '잎새'. 거친 숲과 늪을 헤치며 굳세고 씩씩하게 사랑하고 살아가며 마침내 하늘을 날다. 

'잎새'는 오로지 알을 수확하기 위해 사육하는 양계장 난용종 암탉이다. 양계장의 케이지, 즉 닭장은 내가 알기로 한 칸이 A4용지 한 면보다도 작은 매우 비좁은 공간인데 잎새는 그 좁고 불편한 닭장과 답답한 철망 너머로 보이는 주인집 마당에서 자유로이 살아가는 존재들과 아름다운 아카시아 나무를 사랑하고 동경했다. 너른 마당에 나가 마당에 사는 암탉처럼 알을 품고 병아리의 탄생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는 것. 알을 낳는 족족 빼앗기는 삶에 환멸을 느낀 잎싹은 병들어갔고 그럼에도 끝나지 않던 인간의 착취는 잎싹이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된 후에야 '폐사'라는 이름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주)사계절출판사 황선미(지음), 김환영(표지/본문 그림), 김수미(표지디자인)

끝과 시작. 새롭게 싹 틔운 잎싹의 삶.

폐계(斃鷄)가 되어서야 닭장을 벗어날 수 있었던 잎싹은 병든 닭의 사체를 내다 버리는 구덩이에서 눈을 뜬다. 그곳은 산에 사는 사냥꾼 족제비가 아직 숨이 붙어있는 암탉을 사냥하는 곳이기도 했다. 잎싹은 무저갱과 같은 죽음의 구덩이에서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염원하던 마당에 들어가게 됐지만 그곳은 잎싹이 꿈꾸던 보금자리가 아니란 걸, 자신이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란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챈다. 늙은 개도, 수탉도, 곧 병아리를 품을 암탉이나 다른 서열 낮은 오리들조차 모두가 잎싹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곳에 잎싹의 자리는 없었다. 생명의 은인인 나그네 역시 군식구에 불과했고 결국 내내 시달리던 허기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그토록 바라던 마당에서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잎싹은 절망하거나 슬퍼하기만 하지 않는다.

"슬퍼할 것 없어. 나한테는 이미 첫 번째 기적이 일어났는걸!" [(주) 사계절출판사 -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p.45]

하지만 절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면당하는 이의 사무치는 외로움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라서 잎싹은 자신을 구덩이에서 구해준 청둥오리 '나그네'를 친구라 생각하고 의지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그네와 뽀얗고 예쁜 집오리가 짝이 되면서부터 사이가 소원해지자 그에게도 일말의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잎싹은 마침내 마당 구석에서조차 벗어나 들판을 지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던 중 외마디 비명 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이때 잎싹은 '겉모습이 달라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 병아리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다. 본격적인 잎싹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장편동화는 아동문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단순히 아동 교육만을 위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차별과 이기주의, 타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팽배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꼭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외모나 겉모습을 가졌더라도.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삶이 모두 다를지라도 결국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잎싹과 그의 아기 '초록머리'를 통해 이야기한다. 가차 없이 산 것만 잡아먹는 사냥꾼 족제비로부터 초록머리를 지키기 위해 거친 야산과 들판을 끝없이 떠돌면서도 잎싹은 갈수록 더욱 당당하고 용맹해진다. 비록 그 아기가 자신과는 종이 다른 오리일지라도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더욱더 사랑했다.

'나는 정성껏 알을 품었고, 아기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어. 알이었을 때부터 끊임없이 사랑했단 말야. 단 한 번도 이 속에 뭐가 들었을까 의심하지 않았어. 그런데 병아리가 아니라 오리였지. 하지만 그게 뭐 어때. 아기도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는걸!' [(주) 사계절출판사 -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p.96]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주) 사계절출판사 -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p.152]

뿐만 아니라 작가는 이 둘의 관계를 통해 병적으로 자식을 통제하려 드는 부모와 자립심을 기르지 못해 늦되도록 정서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의지하는 자식이 어떻게 서로 건강하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저수지 하늘을 뒤덮은 철새 떼를 보며 잎싹은 이별을 직감한다. 이제 곧 소중한 초록머리를 놓아줘야 한다는 사실. 제 가슴으로 품고 사랑으로 기른 아기가 이제는 한 마리 의젓한 철새로서 높고 먼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자유와 삶을 억압하고 배척했던 '마당'에는 절대 보내지 않았던 잎싹은 의연하게 초록머리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그것이 섭섭하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도 잎싹은 혼자 남겨질 각오를 한다. 스스로가 빈껍데기만 남았다고 느끼면서도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초록머리가 안전하게 떠나기 전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냥꾼으로부터 무사히 지켜내야만 한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주) 사계절출판사 -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p.162

"엄마는 나랑 다르게 생겼지만, 그렇지만, 엄마 사랑해요." [(주) 사계절출판사 -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p.173]

읽는 내내 많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2000년에 1 쇄하여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되고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눈물로 적시는 가족동화. 내가 어렸을 땐 '지구촌'이라는 말은 굉장히 희망적이었고 즐거운 단어였기에 2023년쯤엔 정말로 온 세상 사람들이 인종과 성별, 나이와 출신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그 시절 사회적 이슈였던 다문화가정과 전쟁,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 심화가 여전히- 아니 더욱더 다양하고 치밀하게 사회를 좀먹어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뿐인 지금 이 작품은 독자에게 닿는 깊이가 몹시 깊고 무거울 것 같다는 감상이 든다.